일인칭 주인공 시점

220327 치부 드러내기

병달이 2022. 3. 27. 13:26


나는 멘탈이 약한 편이다.

훌훌 먼지털고 일어나 다시 달리면 된다는 여느 사람들의 태도와 조금 다르게,

왜 넘어진 건지, 뭘 잘못해서 혹은 뭐가 부족해서 넘어진 건지 생각하다보면 

걷는 동작도 제대로 못하는, 그리고 생각보다 더 많은 영역에서 부족하고 모자란 것처럼 느낀다.

그냥 넘어졌을 뿐인데, 이윽고 나는 '모자란 사람' 자체가 되더라.

 

몇 번까지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마음의 수심 깊은 곳으로 침잠했다가 나오면,

그리고 다시 수면 위로 나와 숨쉬기 시작하면 괜찮아진다. 다시 걷게 된다.

그런데 비슷한 일들이 계속 반복되다 못해 이것들이 사슬처럼 연결되면 이 사슬이 나를 묶는다.

그리고 '도대체 넌 무엇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란 물음이 스스로에게 들면,
유용성을 기준으로 존재를 바라보면, 글쎄, 답이 없다.

 

'어떻게 살아와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는가'

10대라면 이 물음의 무게를 견디기 쉬울까?

30대가 되어 다시 마주하는 이 질문이 왜이리 무겁게 느껴질까?

불안과 두려움을 같이 마주해 실소가 새어 나오더라.

 

쉽게쉽게 얻어온 삶과 근거없는 건방이 지금 나에게 주는 것은 무력감과 자신 없음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온 사람에 대한 리스펙이 깊어지는 요즘

그들과 나를 대조하면 더 짙어지는 명암이 뚜렷하게 보여 괴롭긴 한데

 

그래도 일단 일어서서 걸어야지 별 수 있나

시간은 돌고 지구도 돌고 나는 등 떠밀려서라도 돌아갈텐데

 

나는 아직 나를 연민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