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옷질옷질

#7 버즈릭슨 샴브레이 워크 셔츠

가성비를 지향하며 유니클로를 비롯한 SPA 브랜드에 빠져있던 시절,

데님 셔츠, 아니 청남방 중에서 비교적 단정한 걸 찾았다며

유니클로 세일품목 중 샴브레이 셔츠를 사서 줄곧 입었던 적이 있다.

 

뭔가 인디고 염료가 고르게 염색된, 고른 입자(?)가 보이는 질감에
셀비지 특유의 레드 스티치가 예뻐서 자주 즐겨 입었었는데,

좀 알고보니 이 친구 생각보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그 시절 근본 없던 쇼핑으로 들어온 근본 탄탄한 녀석, 꽤나 애정하는 아이템이었는데

최근에 정말 괜찮은 샴브레이 셔츠를 들여오게 되어 주저리주저리 정리해본다.

 

샴브레이, 프랑스 북부 벨기에와 접경인 캉브레(Cambrai지역이 어원이다.

이 지역에서 1500년대부터 생산했던 직물이 지금의 샴브레이 원단인데, 푸른색 실과 흰색의 실을 평직으로 짠 형태이다.

평직이라 안과 밖 원단의 색과 직조감이 같고 가벼운 소재로, 능직으로 짠 두터운 원단감의 데님과 결을 달리한다.

 

가볍고 탄탄한 소재로 1800년대 후반부터 노동자들의 셔츠로 쓰였다고 하는데,

당시 셔츠는 속옷 개념이었지만 노동자들이 셔츠만 입고 일하면서 튼튼하고 편한 착용감에 활동성도 높고,

각종 오염에도 티가 잘 안나는 원단을 찾다보니 샴브레이 직물로 셔츠를 만들었던 것 같다.

 

 무튼 1800년 후반부터 워크셔츠로 쓰이면서 블루칼라의 상징이 되었고, 1900년대 초반부터 여러 디자인들이 생겨나면서

1930년대에 지금의 일반적인 샴브레이 셔츠의 형태가 갖춰졌다고 한다.

 

1901년도부터 미 해군의 유니폼으로도 활약하면서

워크웨어, 밀리터리, 아메카지 패션의 근본템, 필수템이 된 샴브레이 셔츠는

현재까지도 굉장히 많은 브랜드에서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하고 있다.

 

이번에 내가 구매한 일본 버즈릭슨 사의 샴브레이 워크셔츠

1950년대 미 해군 유니폼을 복각했다고 한다.

(버즈릭슨은 1993년에 만들어진 일본의 밀리터리 복각 전문브랜드)

품절품절품절 속 겨우 구입에 성공했다.

시가렛 포켓이나 공기구멍 등은 없는 심플한 디자인

고양이 눈을 닮았다고 해서 명명된 '캐츠아이 버튼'이나

(옛날에는 플라스틱 버튼이 아니라 메탈 버튼에 푸른색으로 페인팅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밑단에 런오프되어있는 체인스티치 등의 디테일은 가지고 있다.

안감을 보면 모든 접합면에 체인스티치로 내구성과 고증을 살렸고,
셔츠 뒷면의 요크는 좁게 가져가서 활동성을 높인 것을 볼 수 있다.

 

원단의 느낌과 마감의 퀄리티를 보면 감탄이 나온다. 복각은 일본이 역시 잘하는 듯

사이즈는 173cm / 70kg에 XL로 갔더니 낙낙하게 잘 맞는다.

 

어두워지는 와중에 급하게 전신샷 찰칵찰칵

치노, 데님팬츠 어디에도 잘 묻고

자켓이나 카디건 등 어떤 아우터와도 합이 좋을 것 같다.

 

오래 입을수록 원단도 더 부드러워지는 등 경년변화도 즐길 수 있으니

점점 서늘해지는 날씨에 맞춰 열심히 입어줘야지

'옷질옷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9 GLOVERALL MONTY 글로버올 몬티  (4) 2023.01.29
#8 바바리안 럭비티  (0) 2022.11.08
#6 티롤리안 슈즈 클레망 파드레  (0) 2022.06.15
#5 아웃스탠딩 반팔티  (0) 2022.06.13
#4 오어슬로우 퍼티그팬츠  (0) 2022.0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