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퇴사에, 재취업을 위한 공부에, 여러 핑계로 글을 너무 적지 않았다;;;; 옷질할 일도 없고 밖도 잘 나가지 않는다는 핑계로 미뤘는데, 더 이상의 나의 방만과 방치를 용인할 수 없다)
중학교 1학년, 추운 날에도 자전거로 통학하고 여기저기 다니던 시절,
겨울에 교복 위에 입는 국밥, 국룰 아우터가 있었는데 회색 떡볶이 코트였다.
그 당시엔 그게 좀 어린 아이들이 입는, 쿨하지 못한 아이템 같았고
긴 기장의 코트 특유의 나풀거림 펄럭임이 없는, 투박한 옷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사실 그 쯤 TV에서 절찬리에 방영했던 야인시대 두한이 햄들의 바바리코트가 더 멋있다고 생각했다 ㅎㅎㅎㅎㅎ)
하아아아안참 후, 저런 트렌치나 더블코트, 맥코트가 무난무난템이 되버린 한 2019년 즈음
어릴 때 입었던 떡볶이 코트가 다시 눈에 밟혔다. 아래 두 사진이 그 시작
(특히 왼쪽, 일본 잡지 뽀빠이 편집장으로 유명한 타카히로 키노시타님의 이 코디는 그대애로 따라하고 싶달까)
그 뒤로 눈에 아른거리는 이 떡볶이 코트, 더플코트를 잘 구하기 위해 꽤 많은 정보를 찾아봤었다.
더플코트의 더플은 벨기에의 작은 도시 지명인 Duffel에서 유래된 것으로, 이곳에서 생산했던 두껍고 거친 울 원단은 튼튼하고 보온성도 높아 주로 방한 외투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
19세기 초 폴란드 군대가 이 원단으로 코트를 만들어 사용했다가, 그 보온성과 기능성을 알아본 영국 상인이 고국으로 들여오면서 19세기말부터 영국 해군 유니폼으로 보급이 되었다.
이후 제 2차 세계대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총사령관이자 전쟁 영웅인 버나드 몽고메리 장군이 이 더플코트를 애용하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1951년, 전 후 재고로 남은 대량의 군수물자(더플코트)를 M&F Morris 사에서 사들여 민간에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판매 초부터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던 더플코트는 점차 자신들의 색깔을 더해가며 오늘날 더플코트의 형태를 갖췄고 곧 영국 클래식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한다.
이 M&F Morris 사는 당초 장갑과 오버롤을 생산하던 회사인데, Glove와 Overall 단어를 합친 'GLOVERALL'로 지금까지 오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내가 소장하고 있는 아이템도 이 글로버올의 더플코트인데, 제품명은 몬티(Monty)라고 불리고, 이는 버나드 몽고메리 장군의 별명이었다고 한다.
예전 군수품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있는 아이템으로, 상당히 투박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귀여운 맛이 있는 제품이다.
색상은 오리지널 컬러인 카멜로 가지고 있다.
큼지막한 바람막이용 후드, 장갑을 낀 채로도 쉽게 입고 벗기 좋은 세 개의 나무 토글단추와 볏짚 프로그,
장갑 낀 채로 편하게 이용하기 위한 뚜껑 없는 주머니, 상단부 요크까지 모두 더플코트의 포인트.
연식마다 택이나 원단의 혼용률이 조금씩 다르지만 하나같이 무겁고 거칠다 ㅎㅎ
코트 안감은 저렇게 없어서 처음에는 안에 입는 옷들의 옷감이 상하진 않을까 염려될 정도?
(다행히 그러진 않는거 같다)
저 이름, 계급, 군번, 소속, 혈액형을 적게 되어있는 흰 택, 택 밑의 단추 달린 띠까지 옛날 군수품 시절부터 있던 디테일.
특히 저 띠는 양쪽으로 있는데, 예전엔 매서운 바닷바람에 코트자락이 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리에 감아 고정하라고 달아두었다고 한다. 직접 써보면 굉장히 불편;;;하고 없어도 될 것 같은, 그냥 갬성 포인트다.
아 그리고 후드와 앞가리개가 있는데, 후드 양쪽에 달린 스냅단추는 후드 크기를 조정하는 디테일이다. 저것도 실제로 잠궈보면 꽤 재밌는(?) 모양이 나온다 ㅎㅎ
밀리터리 기반의 투박하고 거친 아우터의 대표격이지만 꽤나 귀여운 모양의 이 더플코트, 코디하기가 너무 좋다!
함께 곁들이는 아이템에 따라 클래식과 캐주얼을 넘나들고,
무난하지만 독보적인 색감과 디자인으로 코디 마무리가 맛있다.
내가 입은 룩을 조금 공유하자면,
오른쪽은 브라운 니트에 울 블루종, 와이드 데님에 운동화.
왼쪽은 브라운 니트에 퍼티그자켓, 화이트팬츠에 티롤리안으로 마무리.
안감이 없어 보온성을 챙기려면 이래저래 껴입어야 한다.
그래서 나도 기존에 있던 글로버올 몬티를 처분하고 한 사이즈 업해서 재구매했다.
173cm / 68kg정도 스펙에 M사이즈가 넉넉하게 좋은 것 같다.
나는 팔이 짧아서 손가락이 겨우 삐져나오는 수준;; 여러분들은 이렇지 않을 거다.
뭐 앞서 본 옛날 영국 해군들 극 오버사이징에 비하면 이 정도는 양반 수준.
몽고메리 장군님 코트를 보아라. 혹시 모른다 저 안에 한 명이 더 들어있을지도...?!
(어쩌면 몽고 & 메리 아닐까 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었다.)
무튼, 더플코트는 보기에도, 입기에도 너무 좋고 예쁜 아이템이다.
현행 더플코트로 유명한 브랜드는 글로버올 이외에도 런던트레디션, 몽고메리라는 브랜드가 있고, 좀 더 고가로 가면 인버티어라는 브랜드의 제품도 탐스럽다.
사실 내가 가지고 있는 글로버올 제품도 가격이 좀 사악한 편이라 구매를 맘먹기 쉽지 않은데,
워낙 클래식하고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제품이라 여러 수 많은 브랜드에서 다양한 가격대로,
다양한 입맛에 맞게 더플코트를 판매하고 있다.
자신이 얼죽코다/ 그런데 싱글, 더블코트나 맥코트는 이제 질렸다/ 하는 분들에게
요 더플코트는 꽤 괜찮은 선택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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